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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 살 집은 지금과 다른 기준으로 골라야 한다
집을 구할 때는 대개 지금의 생활을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출퇴근이 편한지, 방은 몇 개인지, 거실은 넓은지를 따지죠.
젊을 때는 조금 불편해도 감수할 수 있고, 손볼 곳이 있으면 시간을 들여 고치면 됩니다.
그런데 노후에 살 집이라면 기준이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은 계단이 괜찮은데, 십 년 뒤에도 괜찮을까?”
이 질문을 집을 보는 자리에서 한 번만 던져 봐도 결론이 달라집니다. 집 안은 깨끗하고 전망이 좋아도 현관까지 계단이 많거나 버스 정류장이 멀면, 젊은 사람에게는 작은 불편이 나이 든 사람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부담이 됩니다.
10여 년 전이다 노년의 부부가 사무실로 집을 보러 오셨다 한 분은 휠체어를 타고 계셨고 한 분이 뒤에서 밀고 들어오셨다 상가에 부동산 사무실이 여러 개인데 저희 사무실로 오시게 된 것도 저희 사무실은 문턱이 없어서 휠체어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들어오신 것 같았다.
"찾으시는 물건이 뭔가요? 몇 평에 어떤 집을 선호하시는지요?" 소형이면 되고 20평대를 찾으셨고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하고 지하주차장에서 집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어야 휠체어 생활에 불편하지 않게 계단 없이 다닐 수 있는 집으로 찾아 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복도식 아파트도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오히려 이웃 간에 왕래할 수 있고 말동무할 수 있으면 더 좋다고 하여 복도식 아파트로 구입해 드린 기억이 있다.

노후 주택은 오늘의 내가 좋아하는 집이면서 미래의 나도 무리 없이 살 수 있는 집이어야 합니다.
지금 마음에 드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달라질 몸과 생활까지 함께 따져야 합니다.
집 안보다 먼저 집 밖 환경을 본다
집을 보러 가면 거실, 주방, 방 크기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노후에는 집 밖 환경이 그만큼, 어떤 면에서는 그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차가 있을 때는 문제없던 거리도 운전이 어려워지면 큰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차로 십 분”이라는 말만 믿지 말고, 차 없이 혼자 다녀올 수 있는지를 따져 보셔야 합니다.
언덕이 많은 동네는 지도로만 보지 말고 직접 걸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도에서는 가까워 보여도 실제로는 경사가 심하거나 보행로가 좁은 경우가 많습니다. 비 오는 날과 겨울철에는 더 힘들어집니다.
누구나 집을 볼 때는 첫째 교통, 둘째 학교, 셋째가 조망권 그다음이 편리성이다.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역세권이 첫째이고 자녀 있는 집은 학교가 우선인 분들도 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병원과 단지 주변에 마트 생활 편익시설을 먼저 찾는다.
또 집 근처에 가볍게 산책할 공간이 있는지도 찾는 분도 많다. 매일 걷고 햇볕을 쬘 수 있는 환경은 생활에 활력을 주기에 점점 운동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노후의 좋은 집은 편히 쉬는 공간이면서, 필요할 때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노후 집은 문턱·욕실·관리비부터 확인한다
집 안에서는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생활하기 편한 구조가 중요합니다.
현관 단차가 높은지, 욕실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지, 복도는 넉넉한지, 밤에 화장실 갈 때 동선이 편한지 보셔야 합니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문턱과 좁은 통로가 나중에는 불편을 키웁니다.
특히 욕실은 꼼꼼히 보셔야 합니다. 물기가 많아 미끄러지기 쉬운 곳이라 바닥 재질과 손잡이를 달 수 있는 벽 구조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침실과 욕실이 너무 멀지 않은지도 생각해 볼 일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라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주차장에서 현관까지 이동 동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까지 사이의 계단이나 단차
정전이나 고장 때 이동 방법
이런 부분까지 같이 보셔야 합니다.
가정에 환자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을 모시는 가정은 이것저것 고르는 게 많아진다. 얼마 전 부모와 별도로 거주하던 중년 부부는 지금 사는 집보다 더 넓은 집을 부탁했다. 부모와 떨어져 살았는데 고객님의 부친이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고관절 수술을 했고 엄마도 나이가 있어서 간호하기 힘들어서 아들 부부가 합가해서 모셔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쉽게 하기 힘든 일인데 합가해서 서로 분담하여 간호하려는 마음이 이뻐 보였습니다. 내가 저런 처지면 나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고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중년 부부의 부인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합가를 하면 불편함도 있지만 장점도 있지요. 유지관리 비용도 중요합니다. 양쪽에서 내던 것을 한집으로 내니 조금 절약도 되고 어차피 나이 들고 병들어 가는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처지라면 집에서 모시는 방법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노후에는 수입이 줄 수 있으니, 집값만 감당할 수 있다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관리비, 난방비, 재산세 같은 보유 비용, 오래된 설비를 교체할 가능성까지 생활비 계획에 넣어서 따져 보셔야 합니다.
넓은 집보다 외롭지 않은 동네를 고른다
안전과 편리함은 물론 중요한 조건입니다. 하지만 생활 만족도를 정하는 것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오래 살던 동네를 떠나 낯선 곳으로 이사하면 집은 좋아졌는데 생활은 오히려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보던 이웃도, 익숙한 시장도, 안부를 나눌 사람도 없으면 외로움이 커지니까요.
“여기엔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서판교에는 중대형 아파트가 많이 있다 주변에 숲세권이고 쾌적해서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 편이다. 반대로 큰 평수가 많으면 그만큼 회전율은 줄어든다고 본다. 자녀 있는 집들은 자녀가 커가며 비좁아서 넓은 집으로 이동하는 빈도가 높아지지만 큰 평수는 이동 확률이 조금 떨어져서 경제 상황 때문에 줄여 나가신 분들은 간혹 있다. 또 살기 편한 집들은 움직임이 거의 없어요.
줄여서 나갈 계획이신 분들은 이사하고자 하는 동네에 사전답사를 다녀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낮과 저녁의 분위기, 걸어서 갈 만한 곳,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원이나 복지시설을 살펴보시고, 평일과 주말도 나눠서 가 보시면 좋습니다.
이웃과 지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조용한 곳이 맞는 분도 있고, 어울릴 기회가 많은 곳이 맞는 분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생활 방식을 유지할 수 있느냐입니다.
꼭 필요한 조건과 양보할 조건을 가른다
모든 조건을 갖춘 집은 없습니다. 가격이 맞으면 교통이 아쉽고, 입지가 좋으면 집이 작죠. 그래서 꼭 필요한 조건과 양보할 수 있는 조건을 미리 나눠 두어야 합니다.
나이 들수록 우선순위에 둘 만한 것은 이렇습니다.
-. 계단 없는 구조
-. 병원과 대중교통 접근성
-. 생활 편익시설
-. 감당할 수 있는 관리비
양보할 만한 것은 넓은 거실이나 최신 인테리어 같은 부분입니다.
집을 볼 때는 마음에 드는 점만 찾지 말고 불편할 점도 일부러 찾아보세요. 아침에 장을 보러 나가는 상황, 비 오는 날 병원에 가는 상황, 몸이 아파 오래 걷기 어려운 상황을 떠올려 보시는 겁니다.
좋은 노후 주택은 남에게 보여주기 좋은 집이 아니라, 나의 일상을 오래 지켜 주는 집입니다.
지금 조금 덜 화려한 집을 고르더라도 미래의 내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현명한 선택입니다.
집을 고르는 일은 머물 곳을 정하는 일일 뿐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지 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노년에 필요한 주택에 대해 글을 써 봤습니다. 부디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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