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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어느 날 갑자기 동네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보통 그때 원인을 찾습니다.
“금리가 올라서 그런가?”
“거래량이 줄어서 그런가?”
“입주 물량이 많아서 그런가?”
물론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현장을 오래 들여다보면 가격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작은 변화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가에 임대 문의가 붙기 시작하면서 오래 장사하던 식당이 하나 둘 문을 닫습니다.
오후면 붐비던 학원가가 하나둘 빠지기 시작하고 환자들로 붐비던 동네 병원이 다른 곳으로 이전합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던 길이 예전보다 조용해집니다.
하나만 보면 별것 아니지만 서서히 두개 세개 업종변경 임대 문의가 붙기 시작 하면 심각해 지기 시작합니다.
여러 가지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 상가 공실을 너무 가볍게 보면 안 되는 이유
아파트만 보는 사람들은 상가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나는 아파트를 사는데 상가가 무슨 상관이야?”
그런데 주거지는 결국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사람이 모이고 소비가 발생하면 상권이 생깁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줄거나 소비가 감소하면 상권부터 흔들립니다.
아파트와 상가는 반응하는 속도가 다릅니다.
아파트 집주인은 팔리지 않아도 호가를 쉽게 내리지 않고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사하는 임차인은 매출이 몇 달만 줄어도 월세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비가 줄면 상가가 먼저 신호를 보내고, 아파트 가격은 그 뒤에 천천히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순서로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점포가 비고, 거래가 줄고, 호가가 흔들리고, 마지막에 실거래가가 내려갑니다.
물론 상가 하나가 비었다고 해서 동네가 쇠퇴한다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지나치게 높게 부르는 경우도 있고, 업종이 바뀌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두 개가 아니라 반복되는 변화입니다.
한 가지 더 구분할 것이 있습니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단지는 입주가 끝나기 전까지 상가가 비어 있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기준은 입주가 어느 정도 찬 뒤에도 여전히 비어 있느냐입니다.
대학가처럼 방학 때 사람이 빠지는 동네도 한 시점만 보고 판단하면 틀리기 쉽습니다.
특히 몇 년 동안 유지되던 상권에서 빈 점포가 늘고,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오는 속도가 느려진다면 한 번쯤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24년도에 있었던 일입니다.
용인 포곡에 신규 입주할 단지가 8개월 후 입주인데 단지 내 통상가 매매를 의뢰받았습니다.
과거 같으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입찰을 하겠지만 경기가 가라앉는 형국이라 쉽사리 덤비질 않아서 미분양 상태로 나왔던 것이었습니다.
요점은 상가 1실당 실평수 8.5평씩 8칸이면 매가가 30억 중반 정도 거래되었을 상권이 통상가 14억 5천에 나왔던 겁니다.
입주할 단지 세대수는 550세대 정도이고 배후세력이 약해서 쉽사리 거래 안 되니 취득세까지 합하면 16억 이상 투자하여 이자라도 건지기 쉽지 않아서 누구나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듯 상권도 형성이 안 된다면 그 주변 인프라도 약하고 유동인구 없어 주택 또한 선호도가 많이 떨어져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규 아파트라고 해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며, 구입할 때 이것저것 살펴봐야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부동산은 숫자만 보는 상품이 아니고 사람이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3. 반대로 가격보다 먼저 살아나는 동네도 있다.
이 이야기가 더 재미있습니다.
쇠퇴 신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죽전 지역 상권을 예로 얘기드립니다.
한동안 아파트 가격에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는데 동네 분위기가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다니기 시작하고 오래 비어 있던 상가에 새로운 업종이 들어오게 됩니다.
죽전의 카페거리처럼 새로운 카페가 생기고 음식점 맛집 패스트푸드점 젊은층이 선호하는 주점 호프집 등 편리한 상권이 형성되고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면 꺼져가던 주택가의 불빛도 활기를 찾고 살아 숨 쉬듯 활기차게 돌아가면 주택의 가치 또한 급등하게 됩니다.
이렇듯 동네가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도 살고 맛집들이 많아 인구 유입 효과도 크고 유입 효과에 살고 싶어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이런 지역을 선택하면 실패율이 낮아지니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용인 동백지구는 최근 주민자치센터를 새로 지어, 주민들이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 생겼습니다.
주변에 작은 문화시설이 하나로 많은 유동인구가 유발되어 주민들과 외부인까지 모여드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도로와 보행환경이 개선되고 문화강좌가 신설되어 수영장 노래교실 각종 운동 프로그램 등 주민들이 좋아하는 등 엄청 활성화되어 동백지구로 이사하려는 분도 있습니다.
그만큼 작은 문화공간 하나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도 지켜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람들이 “요즘 이 동네 분위기 좋아졌네”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변화가 몇 년간 누적되면 당연히 부동산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개발 호재를 믿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개발 예정’이라는 말은 너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돈이 투입되고, 공사가 시작되고, 사람들이 이용하기 시작하는 변화입니다.
종이에 적힌 계획보다 현장에서 보이는 변화가 훨씬 중요합니다.

4. 집을 보러 갔다면 아파트 밖으로 20분만 걸어보자
제가 권하고 싶은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집을 보러 갔을 때 바로 부동산으로 돌아오지 마세요.
20분 정도 동네를 걸어보세요.
상가 공실은 얼마나 되는지.
편의점에는 사람이 있는지.
식당은 점심시간에 얼마나 차 있는지.
학원가에는 아이들이 다니는지.
버스정류장에는 사람이 얼마나 기다리는지.
그리고 오래된 가게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지도 보세요.
가능하면 해가 진 뒤에 한 번 더 걸어보세요.
영업이 한창인 저녁 7~8시쯤이 좋습니다.
낮에는 멀쩡해 보이던 거리도 저녁이 되면 다르게 보입니다.
간판에 불이 들어와 있는 점포가 몇 곳인지 세어보세요.
1층 점포가 줄줄이 불이 꺼져 있다면 이미 비었거나 장사가 안 되는 곳일 가능성이 큽니다.
임대 문의 현수막이 몇 달째 같은 자리에 붙어 있는지도 보세요. 색이 바래 있다면 오래 비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상가의 불빛이 환한 동네는 사람이 오가고 있다는 뜻이고, 곳곳이 꺼진 동네는 사람이 빠지는 중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그 동네의 생활을 보여주는 데이터입니다.
부동산 사이트에서는 볼 수 없는 데이터입니다.
다만 눈으로 본 것을 숫자로도 한 번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서는 지역별 공실률과 임대료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에서는 동네 상권의 업종과 점포 현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숫자는 참고만 하시고, 마지막 판단은 걸어서 본 현장으로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집값은 숫자로 표시되지만 그 숫자를 만드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입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이유가 있고, 사람이 빠져나가는 곳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집을 사기 전에 아파트 단지만 보지 말고 그 아파트를 둘러싼 동네의 움직임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표는 결과입니다.
때로는 결과보다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현장을 먼저 봐야 합니다.
집을 살 때 가격표부터 보는 것은 누구나 합니다.
그래서 가격표만 보면 남들과 같은 때에 같은 판단을 하게 됩니다.
상가의 불빛까지 살펴본 사람은 흐름을 조금 더 일찍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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